버려진 날개
- 김무화과
- 7시간 전
- 2분 분량

좁은 문, 그리고 버려진 날개
150km의 자유를 버리다
여기, 1.5mm 크기의 작은 여행자가 있습니다. 이름은 무화과 좀벌(Fig Wasp)입니다.
이 작은 벌레를 얕보지 마십시오. 이들은 바람을 타고 하루 이틀 만에 150km가 넘는 하늘을 횡단합니다. 인간으로 치면 지구 반바퀴를 도는 셈입니다. 그들에게 하늘은 끝없이 펼쳐진 '넓은 길'이자, 그들을 막을 것이 없는 완전한 자유의 공간입니다.
하지만 이 긴 여행의 끝에서, 좀벌은 이해할 수 없는 선택을 합니다.
그 광활한 하늘을 버리고, 스스로 감옥으로 들어갑니다.
바로 무화과 열매 밑둥에 있는 아주 작은 구멍, '오스티올(Ostiole)'입니다.
날개를 찢어야 들어가는 문
마태복음 7장 13절은 말합니다.
"좁은 문으로 들어가라. 멸망으로 인도하는 문은 크고 그 길이 넓어..."
무화과 좀벌에게 하늘은 멸망으로 인도하는 '넓은 길'이고, 무화과의 작은 구멍은 생명으로 인도하는 '좁은 문'입니다.
하지만 그 대가는 혹독합니다.
무화과의 입구는 좀벌이 그냥 지나가기엔 턱없이 좁고, 안쪽을 향해 돋아난 가시들로 막혀 있습니다. 좀벌은 이 비좁은 틈을 비집고 들어가기 위해 자신의 날개를 부러뜨립니다.
가장 소중했던 비행의 도구, 150km를 날아오게 했던 그 자랑스러운 날개와 더듬이가 입구에서 처참하게 뜯겨 나갑니다. 날개를 버리지 않으면 들어갈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좀벌은 날개를 잃은 채, 상처투성이가 되어 어둡고 캄캄한 무화과의 내부로 기어들어 갑니다. 다시는 밖으로, 저 푸른 하늘로 돌아갈 수 없습니다.
죽음인가, 생명인가
껍질 밖에서 보면 이것은 비극입니다.
자유롭게 날던 존재가 스스로 날개를 꺾고 무덤으로 들어간 꼴입니다.
하지만 껍질 안에서는 기적이 일어납니다.
날개를 버리고 들어온 좀벌은 무화과 내부의 꽃들을 돌아다니며 수분을 시킵니다. 그리고 알을 낳고 그 안에서 조용히 생을 마감합니다.
죽음입니까? 아닙니다.
그 희생 덕분에 무화과는 씨앗을 맺고 비로소 '생명'이 됩니다. 좀벌이 좁은 문을 통과하여 자신을 내어주었기에(Give Life), 무화과라는 새로운 우주가 탄생(Get Life)한 것입니다.
당신의 날개는 무엇입니까?
우리는 모두 넓은 하늘을 동경합니다.
편안한 길, 자유로운 삶, 남들에게 과시할 수 있는 화려한 날개를 원합니다. 좁고 어두운 문으로 들어가라는 말에 귀를 막습니다. 내 날개가 꺾이는 것을 견딜 수 없어합니다.
하지만 무화과 대학은 묻습니다.
당신이 그토록 지키고 싶어 하는 그 날개가, 혹시 당신이 진짜 생명으로 들어가는 것을 막고 있지는 않습니까?
진짜 생명은 넓은 하늘에 있지 않습니다.
나의 자아, 나의 자랑, 나의 자유라 믿었던 날개를 기꺼이 꺾고 들어가는 그 좁은 틈.
내가 죽어 타인을 살리는 그 어두운 곳에 있습니다.
역설은 진리입니다.
날개를 버려야 생명을 얻습니다.
1.5mm의 작은 스승, 무화과 좀벌이 온몸으로 쓴 유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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